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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의 삶

초암나상국 2023. 1. 5. 10:20

어느 시인의 삶

                    초암 나상국

가난한 시인은

배고프고

허기진다

늘 허기진 목마름에

열의는 불타오르지만

부딪치는

벽마다

상처 난 혈우병 환자처럼

아물지 않는 상처투성이다



여기를 들러봐도

저기를 쳐다봐도

세상은 온통 돈타령인데

가난한 시인은

속주머니를 까뒤집어 봐도

털어낼 동전 한 닢

먼지 한 줌 없다



시인은 몇 날 밤을 새워

시를 썼지만

휴짓조각 된

원고청탁서를 보면서

한숨짓는다



삶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지만

돈 없는 삶은

삼류 측에도 끼지 못하는

변방이고



들러리 인생이다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