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의 삶
초암 나상국
가난한 시인은
배고프고
허기진다
늘 허기진 목마름에
열의는 불타오르지만
부딪치는
벽마다
상처 난 혈우병 환자처럼
아물지 않는 상처투성이다
여기를 들러봐도
저기를 쳐다봐도
세상은 온통 돈타령인데
가난한 시인은
속주머니를 까뒤집어 봐도
털어낼 동전 한 닢
먼지 한 줌 없다
시인은 몇 날 밤을 새워
시를 썼지만
휴짓조각 된
원고청탁서를 보면서
한숨짓는다
삶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지만
돈 없는 삶은
삼류 측에도 끼지 못하는
변방이고
늘
들러리 인생이다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