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흔적
詩 草岩 나상국
장롱 맨 아래 서랍을 열면
차곡차곡 개켜둔 옷들만큼의
두께로 앉아 있는
지난날들의 흔적들
털어내고 털어내어도
끝내 떨어지지 않는 무게
세탁기에 한나절 돌려
배가른 물오징어 햇볕에 내 널듯
빨랫줄에 털털 털어서 널어 말린다
주름진 곳 스팀다리미가
뜨거운 김 헉~ 헉~ 내뿜으며 밀고 가면
쫙쫙 펴 지지만
스팀다리미의 뜨거운 입김에도
길들여지지 않는
어쩌지 못하는 낡은 기억의 파편들
지나온 날들의 흔적이
무겁게 짓누르고
뜨겁게 다름질할수록
더 악착같이 날을 세우고 선다
닳고 닳은 주머니속엔
가난했던 날들의 이야기가
동전처럼 부딫친다
그리고 미소 짓는다
오랫동안의 동행해온 길에서 얻은
여유로우므로 익숙해진 것들을 향하여
헤지고 깁고 또 헤지고 깁고
같이 걸어온 오랜 세월의 흔적들이
마음 한가득 따뜻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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