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

초암나상국 2022. 12. 30. 11:34

만추(晩秋)

초암 나 상국


가을 햇볕이

빗질을 하는

가을 공원의

오후 한나절

쪼그려 앉았다가

길게 드러누운

벤치 그림자 옆


바닥에 떨어져 수북이 쌓인

빨간 단풍

나뭇가지 사이를

헤집고 나온 바람에

찰랑거리는 저 햇빛 좀 봐



원앙새 한 쌍

한가로이 자맥질을

즐기는 호수 위

작은 파문에 일렁이는 물살

납작 엎드려 노 저어가는

노란 은행잎을 봐



수심 깊은 곳으로

파란 하늘

텀벙 뛰어들어

단풍구경에 열중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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