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군시절에 먹던 그리운 음식

초암나상국 2024. 7. 2. 07:44

군시절에 먹던 그리운 음식

                              나 상국

새벽에 열어놓은 현관문 과 베란다 창문의 방충망 사이로 이슬맞은 찬바람이 거실로 몰려와 바닥에 드러눕는다.

오늘 비소식이 있는데 7시부터 내린다고 하더니 아직은 더 기다려야 하나보다.

어제 한의원 두 곳에 가서 침을 맞고 왔다.
한 곳에서 다 맞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한 곳에서 한번에 두 곳을 놓아주진 않는다고 한다.

꽤 여러달이 지났건만 아직도 구안와사가 다 낫질 않았다.
그러다 보니 얼굴 과 허리디스크  때문에 침을 맞아야 하니 두 곳을 맞아야한다.

오늘 맞고 내일 맞으면 되겠지만 시간이 아까워 그렇게 하진 않는다.
이 더운 날씨에 40 여분을 걸어가서 침을 맞고 40 여분을 또 걸어오는 일도 쉽지가 않다.
갔다 오면 땀으로 속옷까지 훔뻑 젖으니 옷 벗고 샤워를 하지만 너무 더운 날씨에 물까지도 차가운 느낌이 부족하니 개운하지가 않다.

어제 엘리베이터를 탓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뜨끈뜨끈한 통닭냄새가 진동하였다.
누군가 통탉을 주문했나보다.

침을 질질흘리며 집에 들어와 잠깐 선풍기 바람을 쐬고 앉아있으려니 뜬금없이 군시절에  px에서 먹던 통닭 냄새와 맛이 생각이 났다.
아마도 군인들에게는 팔지않고 면회를 온 가족들에게만 팔았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면회를 오시는 가족들이나 애인들이 먹을 것을 잔뜩 해왔지만
통닭을 사서 전자렌지에 돌려서 먹어본 면회객들은 갈 때 한 두 마리씩은 사가지고 갔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PX에서 파는 제품이다보니 가격도 저렴한데 일반 가게나 시장에서는 구경도 못하는 통닭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군대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이 있는데 일요일 아침에만 배식을 하는 라면인데 아마도 스팀으로 쪄서 라면스프를 끓인 국물에 넣어서 주었는데 퉁퉁불어서 우동가락보다도 굵었을 것이다
쫄깃한 식감은 없고 흐르륵 마셔도 될 정도였는데 그 라면 맛은 천하제일 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내 입맛에는 별미중의 별미였었고 오죽하면 휴가나와서 라면을 제아무리 퉁퉁불어터지게 삶아도 그 맛은 절대로 나오지가 않았다.
지금도 그 라면 맛이 그립다.

그리고 사제 음식맛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취사식당에는 없으니까 축구시합을 해서라도
고추장 과 닭발 그리고 깟잎통조림 내기 시합을 했을까?

군시절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것들도 많지만 이렇게 그리운 것들도 많다.
수방사관할 향토방위사단이다 보니 동원예비군을 받아서 훈련을 하는게 주목적이었던 부대였는데 그러다 보니 훈련을 마치면 주로 부대내에서 집체교육을 많이 했는데 이게 정말로 사람잡는 것이다.
3개월 아니면 6개월씩 태권도 특공무슬을 비롯해서 제식훈련 총검술 등 눈뜨고 밥만 먹으면 날마다 반복되는 훈련을 한다는게 얼마나 지루하고  힘들었겠는가?
차라리 야외 군부대 밖으로 나가서 사격을 하든 참호를 파든 한다면 오가면서 사람들 구경도 하고 콧바람도 쐘텐데....

순대국이 얼마나 먹고싶었으면. 하도 먹고 싶어서 출퇴근 하는 단기사병에게 부탁을 해서 순대국집에 가서 순대랑 내장을 사다 달라고 했을까.
사온 순대랑 내장을 몰래 모아놓았던 김치를 넣고 관사 내무반에서 멀리 떨어진 야외 세면장에서 끓여서 먹는데 어떻게들 알고 몰려드는지 꽤 많은
병사들이 와서 한숟가락만 맛보게 해달라고들 했었던 기억이 난다.
가끔은 그시절과 동료 전우들이 보고싶기도 하다

'삶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황스러움  (3) 2024.07.08
비가 와서 인지  (1) 2024.07.05
건강 해야만 할 수 있는 손동작  (0) 2024.07.02
심장을 지키는 8계명  (0) 2024.07.01
건강한 발을 만드는 11가지 방법  (4) 2024.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