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의 긴 후렴구 초암 나 상국 오늘도 또 전에 없던 흙물길을 만들며 도로를 점령하려는 침략자 같이 하늘둑이 터졌는지 많은 비가 저렇게 내린다 고온다습한 끈적끈적한 지루한 장맛비로 우중충한 마음에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보아도 대답 없는 벨소리만이 빗방울처럼 통통통 튀어 오르며 축축한 허공에 긴 메아리만 맴돈다 종일 틀어놓은 선풍기는 노임도 주지 않고 막노동시킨다고 열받았는지 무언의 시위를 하듯 여기저기 사소한 부작용을 안긴다 녹아내린 빙하수에 발 빠진 듯 다리는 시리고 눈곱 낀 눈은 가렵기만 하고 계속 쏟아붓는 빗소리에 물기 머금은 솜뭉치 같은 몸은 천근만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