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골목길을 걸으며
초암 나 상국
해가림이 사라진 산 아랫마을
바람이 지친 손을 흔들고 지나간 자리
별들이 감았던 눈빛을 총총히 밝힌다
시간을 잊은 줄 알았던
가로등은 고장이 났는지
눈도 껌뻑이지 않는다
고단한 하루를 뉘일
집으로 가는 골목길엔
허기짐 보다도
기다려주는 사람도 없음으로 인해
내딛는 발걸음은
점점 더 무겁기만 하고
불빛도 없는
무덤 같은 집을 바라보며
숨이 턱 멈췄다
달빛은 저렇게 밝기만 한데
기다림도 그리움도
허무함에
숨죽여 우는 우울증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