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퇴로
초암 나 상국
낮은 산등성이에서
제 딴 에는 호랑이 같은 기세 좋은
걸음으로 내려온 바람이
막다르고 어두운 골목길에 갇혀
소멸해 갔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가 싶게
여기저기서 아우성이지만
나 몰라라 하더니
바람 앞에 흔들리던 촛불도
생을 다한 듯
바닥으로 힘없이 길게 드러누워
출구도 찾지 못하고
이젠 퇴로마저 완전 막혀버렸다
진작에 버려야 할 것들을
손안에 꽈 움켜쥐고선
버리지 못함이
이젠 손을 펼 명분도
힘도 없음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