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고지역에서
초암 나 상국
꽃샘추위가 희소식이라며
봄소식을 알리던
3월의 어느 날
휘갈기는 바람의
갈기를 한껏 틀어잡고서
달리고 달려간
철원 백마고지역
기적소리 잃은
녹슨 철마 위에 서서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감각을 잃고
바람길 따라서 넌지시 바라본
백마고지
뺏고 빼앗기며
다시 빼앗고 지켜낸
피비린내 진동했다던
구순 노인의 이야기가
굽은 허리 위
백발이 성성한
흐릿한 눈가에 이슬이
무겁게 매달려 있다
바람에 흩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