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주머니 사정

초암나상국 2023. 12. 29. 23:42

허름한 주머니 사정

                      초암 나 상국

떨쳐낼 수 없는 그리움에 외롭고
그냥 술이 고픈 날
어디선가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땅거미 내려앉은 거리를 거닐며
폐부 깊숙이 밀려오는
찬 바람을 맞는다
상기된  발걸음을  떼어놓으며
태연한 척 애써보지만

내 걷는 발걸음이
괜스레 무겁다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은
손에 잡히는 것은
낡고 가벼운 지갑의
허름한 자존심
떨떠름하게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술잔을 부딪치며
마음 한쪽을 가벼이 비워본다
한 잔 두 잔
들이킨 술이
마취제처럼
몸뿐만 아니라
가난한 마음까지도
진창 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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