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들으며
초암 나 상국
귓속에 사랑을 속삭이듯
간지럽히던 바람도
어디론가 다 떠나고
어두운 밤
창문을 두들기는 빗소리 들으며
지그시 눈을 감고
오케스트라의 협주곡에
몸 내맡긴다
물밀 듯 밀려오는
그리움에 숨죽여
두 손을 가만히 맞잡는다
앞도 뒤도 보이지 않는
긴 어둠의 터널 속에서
음률의 낮고 높은음이
긴장감을 증폭시키며
고조시키고
지난날 뜨거운 정사의 열정에서
어느 날 낯선 이별의
쓸쓸함과 외로움까지
빗소리는 나직하게 되뇌며
가만히 가만히 내려앉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