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주머니 사정 초암 나 상국 떨쳐낼 수 없는 그리움에 외롭고 그냥 술이 고픈 날 어디선가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땅거미 내려앉은 거리를 거닐며 폐부 깊숙이 밀려오는 찬 바람을 맞는다 상기된 발걸음을 떼어놓으며 태연한 척 애써보지만 내 걷는 발걸음이 괜스레 무겁다 주머니 깊숙이 찔러 넣은 손에 잡히는 것은 낡고 가벼운 지갑의 허름한 자존심 떨떠름하게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술잔을 부딪치며 마음 한쪽을 가벼이 비워본다 한 잔 두 잔 들이킨 술이 마취제처럼 몸뿐만 아니라 가난한 마음까지도 진창 취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