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듣는 밤 빗소리 듣는 밤 초암 나 상국 바람도 불지 않는 별도 보이지 않는 밤 그리움에 멍든 가슴속으로 알 수 없는 아픔을 가득 머금은 듯한 비가 주룩주룩 내리네 눈물 날 것 같은 수많은 날들 외로움에 지친 텅 빈 가슴속을 어루 만 지 듯 하염없이 내리네 내리는 저 빗속으로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그녀를 그리다가 잠들지 못하고 빗소리만 서글프게 듣는 밤이여 시 2023.08.24
어두운 골목길을 걸으며 어두운 골목길을 걸으며 초암 나 상국 해가림이 사라진 산 아랫마을 바람이 지친 손을 흔들고 지나간 자리 별들이 감았던 눈빛을 총총히 밝힌다 시간을 잊은 줄 알았던 가로등은 고장이 났는지 눈도 껌뻑이지 않는다 고단한 하루를 뉘일 집으로 가는 골목길엔 허기짐 보다도 기다려주는 사람도 없음으로 인해 내딛는 발걸음은 점점 더 무겁기만 하고 불빛도 없는 무덤 같은 집을 바라보며 숨이 턱 멈췄다 달빛은 저렇게 밝기만 한데 기다림도 그리움도 허무함에 숨죽여 우는 우울증이여 시 2023.08.22
비 너머 우리는 비 너머의 우리는 초암 나 상국 긴 잠마가 주춤거리더니 어느 날 장대비 쏟아지는 거리의 물길을 따라서 떨어진 꽃잎은 어딘지 알 수 없는 먼 길을 떠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에 어깨 축 늘어진 나뭇가지가 흔들렸고 아무런 흔적도 없이 떠나간 그리움은 그 깊이도 무게도 알 수가 없다 비 너머 우리는 뭘까 무얼까 시 2023.07.30
새벽잠을 깨우는 저 소리 새벽잠을 깨우는 저 소리 초암 나 상국 더 자야 하는데 흥건히 젖어드는 저 빗소리 피곤에 지쳐 쓰러진 밤을 흔들어 깨운다 여명의 시각은 아직 먼데 뒤척였던 꿈자리는 왜 그렇게도 사납던지 다시 잠자리에 들고 싶은데 잠은 이내 오지 않고 새벽 빗소리 만이 어두운 밤을 서서히 밀쳐내며 외로운 내 곁을 지키고 있다 시 2023.04.18
가슴 시린 밤 가슴 시린 밤 초암 나 상국 바람은 잠들었는지 창문에 부딪치는 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깊어가는 침묵을 깨뜨린다 돌아누워도 잠은 오지 않고 견딜 수 없는 외로움에 불속으로 뛰어드는 볼나방처럼 기다림에 지친 깊고 깊은 그리움의 바다에 몸을 던져 보아도 둥둥 떠다닐 뿐 가라앉지를 않는다 시 2023.04.01
누구의 마음일까 누구의 마음일까 초암 나 상국 곤한 밤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잠 못 이루고 여명의 시각 닭 울어 대는 소리 낮게 내려앉은 하늘 저 멀리 산엔 아직도 어둠이 걷히지도 않았는데 길 떠난 발걸음 적시는 한 방울 두 방울 이내 개울물 가득 퐁당퐁당 파문을 일으킨다 곤두 선 마음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저 봄비는 누구의 마음일까 시 2023.03.26
백마고지역에서 백마고지역에서 초암 나 상국 꽃샘추위가 희소식이라며 봄소식을 알리던 3월의 어느 날 휘갈기는 바람의 갈기를 한껏 틀어잡고서 달리고 달려간 철원 백마고지역 기적소리 잃은 녹슨 철마 위에 서서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감각을 잃고 바람길 따라서 넌지시 바라본 백마고지 뺏고 빼앗기며 다시 빼앗고 지켜낸 피비린내 진동했다던 구순 노인의 이야기가 굽은 허리 위 백발이 성성한 흐릿한 눈가에 이슬이 무겁게 매달려 있다 바람에 흩뿌려지고 있다 시 2023.03.18
짖궂은 인연 짓궂은 인연 초암 나 상국 때로는 그냥 불어오는 바람에도 마음이 아프다 파아란 하늘을 보며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는 것처럼 스쳐가는 옷깃도 인연이라는데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더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 마음은 무얼까 애꿎은 하소연에 긴 밤은 깊어만 가는데 그냥 맘 놓고 밀어만 낼 수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타인처럼 살수만 있었으면 좋으련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마음은 무얼까 넋두리는 밤새워 끝이 없다 잠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 시 2023.03.13
3.1 절 냉이 3.1 절 냉이 초암 나 상국 물 오르는 버드나무 가지 끝에 봄바람이 푸르스름하게 흔들린다 폐교된 대광중학교 언덕을 오르면 동지섣달 삭풍에 꽁꽁꽁 언 채 바짝 움츠렸었던 콩밭 언저리 어디쯤 드디어 땅에도 산통이 왔는지 양수가 터져서 촉촉이 젖는다 박힌 조막돌 슬쩍 밀어내며 여린 손 뻗어보지만 아직은 철 이른 탓에 옷깃을 파고들며 살을 에는 칼바람에 주눅 들었던 어깨를 펴고 기지개를 켠다 시 2023.03.02
2월의 어느 날 밤 2월의 어느 날 밤 초암 나 상국 달빛은 저리도 밝은데 넋 놓은 마음은 종잡을 수 없는 바람처럼 도태되어버린 기억 저편 짙은 어둠 속 깊이를 알 수 없는 암울함에 갇힌 듯 아무리 발버둥 치고 헤엄을 쳐도 끝끝내 다가갈 수 없는 그리움의 무게 눈을 감아도 눈을 뜨고 있어도 사랑의 상처는 늪이어라 시 2023.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