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불어라(동시) 바람아 불어라(동시) 나 상국 거친 바람 말고 부드러운 바람아 불어라 봄날의 뙤약볕 벤치에 앉아 조는 피곤한 엄마의 머리칼을 살짝 애무하듯 어루만지며 햇빛에 고운 얼굴 뜨겁지 않게 편안하게 한숨 잠을 자게 부드러운 바람아 불어다오 시 2025.03.11
창가에 어린 따스함이 창가에 어린 따스함이 초암 나 상국 누군가 귀에 속삭이는 말같이 창가에 어린 따스함이 봄인 것 같다 긴긴 겨울날에 춥게 움츠렸던 모든 성명들이 저 따스함으로 태동하는 것 같다 기지개를 켜고 산으로 강으로 들로 나들이라도 떠나야겠다 봄처녀 찾아서 이제 게으름에 안녕을 고하며 시 2025.03.06
찻잔에 비추는 그리움 찻잔의 비추는 그리움 초암 나 상국 갓난아기의 볼살같이 부드러운 하얀 눈이 들판과 산을 왔다 갔다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날아다니며 가득 메운다 산골짜기 고즈넉한 찻집 소파에 몸 비스듬히 기댄 채 따뜻하게 피어오르는 차향 그대 향한 그리움도 뭉게구름처럼 두둥실 떠다니고 창밖으로 보이는 눈 내리는 풍경이 너무 아름답고 좋다 첫눈 내리는 날 만나자던 약속이 그대를 생각하며 감싸 쥔 찻잔의 따스함처럼 설렘으로 가득하다 시 2025.03.05
용산역에 서보니 용산역에 서보니 초암 나 상국 얼마만일까 하늘을 애써 올려다보지 않으니 밤하늘에 달이 떴는지 은하수 강 건너 별이 지는지 헤아리지 못했는데 서울을 떠난 지 손꼽는 것도 이젠 아득한 옛날이고 발만 떼어도 지척인데 머나먼 부산보다도 더 멀게 생각될 만큼 서울 나들이를 등한시한 탓일까 왠지 낯설다 용산역 식당가는 여기가 한국인지 아니면 어느 나라인지 알 수가 없을 만큼 다인종 다국적 시대다 시 2025.03.04
비가 오는 저녁 비가 오는 저녁 초암 나 상국 삼 월 하고도 이튿날 공휴일에 요 며칠 날씨가 따뜻해 날아갈 것만 같았는데 갑자기 찬바람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더니 어두워지는 저녁에 저렇게 비가 내린다 아직은 겨울비 인지 봄비 인지는 애매하다 하지만 추위를 견뎌내고 장다리꽃만큼 웃자라난 그리움으로 메말라 가던 마음속으로 그녀를 살짝 밀어 넣는다 맘껏 젖어보라는 듯이 시 2025.03.03
관심 관심 초암 나 상국 그대를 향한 관심 그저 순수하고 좋아하는 따뜻한 마음이다 그리고 배려하는 예의고 마음이다 그대를 향한 꾸준한 관심 그게 사랑이다 강한 집착이나 소유욕이 아닌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은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은 서로가 서로에게 향하는 따뜻한 마음 관심이 없어지면 사랑도 실타래 끊어진 연이고 식은 찬밥신세다 시 2025.03.02
미련 미련 초암 나 상국 바람에 등 떠밀려가는 구름처럼 그냥 세월 가면 잊히려니 했건만 잊으려 하면 할수록 무엇이 그토록 낚싯바늘에 코 끼인 물고기처럼 발버둥 치게 되는 걸까 미련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미련에 놓여나지 못하는 것인가 차라리 보고 싶다 그립다 말이라도 쉽게 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들어주는 이도 없고 돌아오지도 않을 텐데 잊으려 해도 잊지도 못하면서 미련만 한숨짓네 시 2025.03.01
해빙기 해빙기 초암 나 상국 춥다 추워 움츠러든 삶늘 다람쥐처럼 분주하게 살았는데 눈 내리고 얼음이 얼고 나무늘보가 되어서 세월아 내 월아 허송세월에 지친 삶 갑갑한 마음의 문을 열고 내어다 본 세상 벌거벗은 나무들 사이로 부는 바람 뭔가가 다르네 봄을 부르는 소리 같네 자전거 바퀴에 체중 실어 달려간 강가에 겨울이 녹아내리고 있었어 벌써 오지 않은 봄냄새를 맡은 걸까 시 2025.02.25
봄이 오는 소리 들리나요 봄이 오는 소리 들리나요 초암 나 상국 시베리아에서 남하한 바람 거센 한파를 몰고 와 빗자루질에 삽질시키더니 지쳤을까 서서히 떠나가려 하네 뒤집기 연습하던 아가는 배밀이를 익혔는지 기어보려 하는 것 같네 언 강 깊숙이 뿌리박은 버드나무는 물수관으로 조금씩 생명수를 흡입하고 쭉 늘어뜨렸던 팔에도 푸르스름하게 핏줄이 살아나고 있네 여기저기서 눈 뜨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네 마음에귀 기울여 보세요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나요 시 2025.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