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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거리를 바라보니

비 오는 거리를 바라보니 초암 나 상국 새벽부터 내린 비는 낮 지나고 밤이 이슥토록 지치지도 않는지 그치지도 않고 저렇게 내린다 은은한 차향 그윽하게 퍼지는 창가에 서니 목울대를 뜨겁게 차오르는 그리움의 물결 비를 무척이나 좋아하던 그녀의 작은 속삭임이 들려올 것만 같은데 비는 너른 창문을 타고 내 마음속 눈물처럼 주체하지 못하고 계속 흘러내린다

2024.10.23

귀향

귀향 초암 나 상국 쭈뼛쭈뼛 서성이던 바람이 등 굽은 골목길을 휘돌아 사라지고 밤은 깊어가고 멀리서 기적소리 들리던 날 오래전에 떠나왔던 고향언저리가 자꾸만 눈에 선하게 밟힌다 늘 어머님 품속 같은 꿈속에서도 그리운 그곳 나 언젠가는 돌아가니 헤일 수 없는 수많은 세월이 흘렀건만 산다는 게 무언지 떠나긴 쉬워도 돌아가는 건 왜 이리도 힘들고 오래인지 나 이젠 돌아가고 싶네 어머님 품속 같은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네

2024.09.16

중추가절

중추가절 초암 나 상국 올 해도 어김없이 찾아오건만 왜일까? 한이 서린 듯 자꾸만 서글퍼지는 이 마음 변변한 직장도 없이 빈둥거림이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왜일까? 이번의 중추가절이 유난하게도 가슴 시린 이유는 돌아가신 부모님 뵐 낮도 없고 가슴 한편이 바람구멍이 난 듯 싸하다 괜스레 눈물이 난다 불효자는 웁니다 라는 노랫말을 지은 이의 심정이랄까 며느리 손주가 따라 올리는 술 한잔 받고 싶으셨을 텐데.... 그저 한숨만 토해봅니다

2024.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