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잠 새벽잠 초암 나 상국 어디쯤일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 눈뜬장님신세 더듬더듬거려 보아도 잡히는 건 어둠의 침묵 비몽사몽 일어나 앉아 결국 찾아든 건 핸드폰 불빛 잠을 청해도 잠은 오지 않고 눈 감고 깊은 명상 중 시 2024.11.14
비 오는 거리를 바라보니 비 오는 거리를 바라보니 초암 나 상국 새벽부터 내린 비는 낮 지나고 밤이 이슥토록 지치지도 않는지 그치지도 않고 저렇게 내린다 은은한 차향 그윽하게 퍼지는 창가에 서니 목울대를 뜨겁게 차오르는 그리움의 물결 비를 무척이나 좋아하던 그녀의 작은 속삭임이 들려올 것만 같은데 비는 너른 창문을 타고 내 마음속 눈물처럼 주체하지 못하고 계속 흘러내린다 시 2024.10.23
나 그대를 그리며 나 그대를 그리며 초암 나 상국 깊어가는 가을밤 밤하늘 별도 달도 저렇게 고운데 그대는 무엇을 하나요 스쳐가는 바람에 낙엽은 흔들리고 내 마음도 바람에 몸 맡긴 낙엽처럼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자꾸만 흔들립니다 잠 못 이루는 이 가을밤에 외롭고 쓸쓸하고 허기진 텅 빈 마음 나 그대만을 그립니다 시 2024.10.12
기대 기대 초암 나 상국 태초에 내 것이 아니었으리 그것은 어느 날 문득 슬며시 다가와 손 잡자고 하네 은근히 마음 한 자락 내어주자 뱀처럼 똬리 틀고 떠나지 않으려 하네 그러니 맞잡은 손 놓기도 어렵네 시 2024.10.08
가을날엔 그리움이 한숨짓네 가을날엔 그리움이 한숨짓네 초암 나 상국 가을이 깊어 갈수록 뼈마디가 마디마디마다 시리게 진한 그리움으로 눈물짓는다 보이는 것마다 느껴지는 것마다 한 서린 듯 심한 가을앓이가 몸져눕지도 못하고 그저 먼 하늘 보며 한숨짓네 그래도 살아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언젠가는 이라는 말만 계속 읊조린다 시 2024.10.04
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초암 나 상국 각종 공해와 오염 메마른 회색도시를 떠나 잠시라도 지친 몸 뉘이며 세상 근심 없는 아가처럼 숨 쉬고 싶다 고개 푹 숙인 벼이삭을 어루만지고 떠나가는 햇살과 바람소리에 눈 감으면 신선이 된듯한 그런 가을을 울긋불긋 물든 가을을 시골정취에 취하고 싶다 시 2024.09.23
추석 보름달(동시) 추석 보름달(동시) 나 상국 망개잎으로 싼 찹쌀떡 같은 추석 둥근 보름달이 구름 속을 벗어나 환하게 날 보고 웃고 있어요 나도 보름달 되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송편을 만들어준 엄마 아빠보고 둥글게 둥글게 환하게 웃어봅니다 시 2024.09.18
이게 가을이가? 이게 가을이가? 초암 나 상국 추석날 아침부터 땀으로 목욕이다 가을날씨가 덥다 덥다 뜨겁다 뜨겁다 이렇게 덥고 뜨거운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가을 날씨가 가마솥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삶아져서 완전히 푹 무르게 익었다 시 2024.09.18
귀향 귀향 초암 나 상국 쭈뼛쭈뼛 서성이던 바람이 등 굽은 골목길을 휘돌아 사라지고 밤은 깊어가고 멀리서 기적소리 들리던 날 오래전에 떠나왔던 고향언저리가 자꾸만 눈에 선하게 밟힌다 늘 어머님 품속 같은 꿈속에서도 그리운 그곳 나 언젠가는 돌아가니 헤일 수 없는 수많은 세월이 흘렀건만 산다는 게 무언지 떠나긴 쉬워도 돌아가는 건 왜 이리도 힘들고 오래인지 나 이젠 돌아가고 싶네 어머님 품속 같은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네 시 2024.09.16
중추가절 중추가절 초암 나 상국 올 해도 어김없이 찾아오건만 왜일까? 한이 서린 듯 자꾸만 서글퍼지는 이 마음 변변한 직장도 없이 빈둥거림이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왜일까? 이번의 중추가절이 유난하게도 가슴 시린 이유는 돌아가신 부모님 뵐 낮도 없고 가슴 한편이 바람구멍이 난 듯 싸하다 괜스레 눈물이 난다 불효자는 웁니다 라는 노랫말을 지은 이의 심정이랄까 며느리 손주가 따라 올리는 술 한잔 받고 싶으셨을 텐데.... 그저 한숨만 토해봅니다 시 2024.09.15